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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 겨울 눈(雪) 나무 숲

겨울 눈(雪) 나무 숲
-기형도

눈(雪)은
숲을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여기 저기 쌓여 있다.
[자네인가, 서둘지 말아.]
쿵, 그가 쓰러진다.
날카로운 날(刃)을 받으며.
나는 나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홀로 잔가지를 치며
나무의 沈默을 듣는다.
[나는 여기 있다.
죽음이란
가면(假面)을 벗은 삶인 것.
우리도, 우리의 겨울도 그와 같은 것]
우리는
서로 닮은 아픔을 향(向)하여
불을 지피었다.
창(窓)너머 숲 속의 밤은
더욱 깊은 고요를 위하여 몸을 뒤채인다.

내 청결(淸潔)한 죽음을 확인(確認)할 때까지
나는 부재(不在)할 것이다.
타오르는 그와 아름다운 거리(距離)를 두고
그래, 심장(心臟)을 조금씩 덥혀가면서.

늦겨울 태어나는 아침은
가장 완벽(完璧)한 자연(自然)을 만들기 위하여 오는 것.
그 후(後)에
눈 녹아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우리의 봄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5주기 추모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中’

Posted: February 26th, 2008
at 9:03am by Joker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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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헝도 – 종이달

1

과거는 끝났다.
송곳으로 서류를 뚫으며 그는
블라인드를 내리고 있는 金을 본다.
자네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수백 개 명함들을 읽으며
일일이 얼굴들을 기억할 순 없지.
또한 우리는 미혼이니까, 오늘도
분명한 일은 없었으니까
아직은 쓸모 있겠지. 몇 장 얄팍한 믿음으로
남아있는 하루치의 욕망을 綴하면서.

2

그들이 무어라고 말하겠는가.
한두 시간 차이났을 뿐. 내가 아는 것을
그들이 믿지 않을 뿐.
나에게도 중대한 사건은 아니었어.
큐대에 흰 가루를 바르면서
김은 정확하게 시간의 각을 재어본다.
각자의 소유만큼씩 가늠해보는 가치의 면적.
물론 새로운 것은 아니지.
잠시 잊고 있었을 뿐. 복잡한 타산이니까,
똑바로 말한 적이 자네는
한번도 없어.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와이셔츠 단추 한 개를 풀면서
날 선 칼라가 힘없이 늘어질 때까지
어쨌든 우리는 살아온 것이니.
오늘의 뉴스는 이미 상식으로 챙겨들고.

3

믿어주게.
나도 몇 개의 동작을 배웠지.
변화중에서도 튕겨져 나가지 않으려고
고무풀처럼 욕망을 단순화하고
그렇게 하나의 과정이 되어갔었네. 그는
층계 밑에 서서 가스 라이터 불빛 끝에 손목을 매달고
무엇인가 찾는 김을 본다. 무엇을 잃어버렸나.
잃어버린 것은 찾지 않네. 그럴 만큼 시간은 여유가 없어.
잃어버려야 할 것들을 점검중이지. 그럴 만큼의 시간만 있으니까.
아무리 조그만 나프탈렌처럼 조직의 서랍 속에 숨어 있어도
언제나 나는 자네를 믿어왔네. 믿어주게.
로터리를 회전하면서 그것도 길의 중간에서
날씨야 어떻든 상관없으니까.

4

사람들은 조금씩 빨라진다
속도가 두려움을 만날 때까지. 그러나
의사의 기술처럼 간단히 필라멘트는
가열되고 기계적으로 느슨히
되살아나는 습관에 취할 때까지 적어도
복잡한 반성 따위는 알코올 탓이거니 아마
시간이 승부의 문제였던 때는 지났겠지.
신중한 수술이 아니어도 흰색 가운을 입듯이
누구나 평범한 秒針으로 손을 닦는 나이임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하여주게. 휴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아주 사무적인 착상이군. 여기와 지금이 별개이듯이
내가 집착한 것은 단순한 것이었어. 그래서
더욱 붙어 있어야 함을 알아두게. 일이 끝나면
굳게 뚜껑을 닫는 만년필처럼.

5

소리나는 것만이 아름다울 테지.
소리만의 새로운 것이니까 쉽게 죽으니까.
소리만이 변화를 신고 다니니까.
그러나 무엇을 예약할 것인가. 방이 모두
차 있거나 모두 비어 있는데. 무관심만이
우리를 쉬게 한다면 더 이상 기억할 필요는
없어진다. 과거는 끝났다. 즐거움도
버릇 같은 것. 넥타이를 고쳐 매면서 거울 속의 키를
확인하고 안심하듯이 우리는 미혼이니까.
속성으로 떠오르는 달을 보면서 휘파람을 불며
각자의 가치는 포켓 속에서 짤랑거리며
똑바로 말한 적이 자네는
한번도 없어. 제발
그만두게. 자네를 위해서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다 토해냈네. 또한
무엇이든 분명한 일이 없었고
아직도 오늘은 조금 남아 있으니까. 그럼
긋바이.

- – -
남아있는 하루치의 욕망을 綴하면서, 아직도 오늘은 조금 남아 있으니까. 그럼 긋바이.

Posted: March 29th, 2007
at 12:25pm by Joker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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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커트코베인처럼 요절한 그의 문체와 싯구에는 죽음이 엄습해 있어
그런데 그 속에서 잡히는 한가닥의 희망때문에 그를 좋아하는지도 모르지
살아 있었다면 정말 멋진 시인이 되어 있을텐데..

어제는 문득 그가 읽고 싶어 져서 전집을 꺼내들고 무작정 읽었어
시와 산문들..그리고 소설..어찌어찌 파고들더군..
필히 여행을 가야만 하는거야.

어제 꽃혀버린 그의 시..’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길 위에서 중얼 거리다
-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의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어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둥그런 자국만 뚜렸하다
물들은 소리업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넒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무책임함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Posted: October 13th, 2004
at 3:44pm by Joker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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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집앞-기형도

그집앞
                                   -기형도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Posted: June 18th, 2003
at 10:39pm by Joker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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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 녹아내리다..질주하다

road01_1

비는 시시각각으로 다른 색채의 소리를 내며 하루 종일 내렸다. 두시경의 빗소리가 무채색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밝은 갈색이었다. 종일토록 빗소리를 들었더니 어느 순간 소리가 사라졌다. 내가 빗소리 속에
있는게 아니라 빗소리가 내 안에 있었다

이 일은 한 통의 전화로 부터 시작됐다. 잘못 걸려온 전화.잘몬 전화한 사람은 잘못 전화하지 않은 사람
이었고 잘못 전화하지 않은 사람은 잘못 전화만 사람이었다
– 김연수 꾿빠이 이상中 -

이상..기형도…무라카미 하루키…그리고..또..어느것.
이상한것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녹아내린다
모든것이 마치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그리곤 미친듯이 머릿속을 질주한다..

[이우근]님의 사진입니다..멋지네요..질주..

Posted: April 2nd, 2001
at 1:23pm by Joker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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